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서울 도심 비행금지 구역을 침범한 것을 놓고 여야의 ‘네 탓’ 공방이 치열하다. 국민의힘은 군도 몰랐던 사실을 야당 의원이 먼저 안 경위를 밝히라며 ‘북한 내통 의혹’을 제기했다. 훈련을 없애 안보에 구멍을 낸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안보실장, 합참의장 등 즉각 면직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압수수색까지 주장하며 1월 임시국회 주요 쟁점으로 다루겠다고 한다. 무인기 사태를 대정부 투쟁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대비태세 발령까지 100분 걸렸고, 비행금지 구역 침범도 뒤늦게 파악하는 등 대응에 허점을 드러낸 군의 책임이 큰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군이 처한 현실적 한계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초대형 참사’ ‘안보 구멍’이라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크기가 2m도 안 되는 무인기는 레이더망에 새 떼와 구분이 어려워 미군도 탐지·요격이 힘들다. 그나마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 탐지했으나 군이 격추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할 경우 낙탄으로 인한 민가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탄을 실을 정도 크기라면 군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안보 리스크의 진앙’이라며 사생결단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과도하다. 더욱이 문 정부 때 남북한 9·19 합의에 따른 비행금지 구역 설정으로 우리의 군사분계선 공중정찰 능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우리 손발만 묶인 채 북한은 마음놓고 무인기를 휴전선 넘어 보낸 것이다. 국민의힘이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내통설을 제기하고, 비행금지 구역 침범 주장에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것 역시 무리다. 눈앞에 닥친 안보 현실을 이전 정권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무인기를 두고 벌이는 여야의 다툼을 보고 웃을 사람은 김정은일 것이다. 북한은 기회만 있으면 우리 정치와 사회를 분열하려고 획책했다. 이번에도 김정은의 남남 갈등 노림수에 말려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은 ‘네 탓’ 싸움이 아니라 북한 미사일과 무인기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안보 시스템을 촘촘하게 정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