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세계 경제 석학들은 올해 글로벌 경제를 일반의 예상보다 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국의 재정지출 급증으로 고물가 시대가 더 오래 갈 것이고, 금리도 미 중앙은행(Fed)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권위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과 함께 중국의 성장 둔화가 앞으로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 국내총생산의 26%를 차지하는 주택 및 관련 부문이 더 빠른 속도로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류의 전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세계 경제 물줄기를 바꿀 결정적 변수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감속 속도도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내다본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4.8%인데, 이마저 추세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2~3% 성장에 그칠 것이란 박한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2%대로 여전히 높다. 반제품 수출·가공 등 양국 간 국제 분업체계를 대신할 선택지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런 만큼 긴 호흡으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 중국 경기 침체로 올해 중국 쪽 수출이 많게는 10%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미 중국 내 공장을 베트남 등지로 옮기면서 베트남이 한국의 무역흑자 1위 국가에 오르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중국으로 향하던 국제 투자자금을 한국 쪽으로 끌어당기는 시도도 중국이 증폭시킬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