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38억달러가량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가스·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액이 11% 줄었지만, 수출액이 더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본격 감소세로 접어드는 사인이 나온 만큼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봐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약 118억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20.2% 급감했다. 이달 전체 수출액이 줄어들 경우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월간 기준 감소세로 돌아선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달러)을 웃돈다.

수출 내역을 보면 암울하다. 주력인 반도체,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20% 이상씩 감소했다. 석유와 철강제품,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10대 품목 중 8개의 수출액이 줄었다. 10대 국가 중 유럽연합(EU)을 뺀 국가에 대한 수출이 뒷걸음질쳤다. 식어가던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만하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기 비관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미국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6~9개월 새 미국과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강달러로 인한 신흥국 자본 유출 위험을 경고했다.

국내에서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2200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22원80전 올라 1435원20전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보여주듯 메모리반도체 빙하기가 시작됐고, 불황은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제조업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런데도 정부의 상황 인식에선 긴박감을 찾을 수 없고, 정치권은 집단 위기 불감증에 빠진 듯하다.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반도체특별법과 세제개편안, 규제개혁안 등 경제 법안 처리는 뒷전이다. 수출이 급감하고,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판에 ‘나 몰라라’ 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