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장사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회사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물적분할 때 일반주주 보호 수단이 미흡하다”며 개선을 약속하고, 당선 이후 110대 국정과제 중 자본시장 주요 공약으로 내건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모회사)이 주요 사업부를 떼어내 만든 신설법인(자회사) 주식을 100%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희석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1998년 도입 후 기업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 수단으로 활발하게 활용됐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482개의 국내 상장기업 기업분할 공시 중 물적분할이 377개로 78%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 상장하는 과정에서 주주권 상실·주가 하락 등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하면서 비난이 들끓었다.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기업의 물적분할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소액주주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하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적분할을 거쳐 진행돼온 기업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섬세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유독 물적분할이 많은 이면엔 미비한 경영권 보호 수단 등 불합리한 기업 규제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3% 룰(감사위원 선출 시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령은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주요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식 갈라파고스 규제’의 대표 사례다. 반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 선진국에선 일반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우리나라에선 인정되지 않는다. 신산업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최대주주 추가 출자가 필요한데, 이런 환경에서 출자 여력이 부족한 최대주주는 큰 폭의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을 위협받게 된다. 사업분할이 필요한 기업이 대주주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물적분할을 선호해온 배경이다. 당국이 무분별한 물적분할에 제동을 걸어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을 국제 수준으로 보강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