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다. ‘공무원 수발’, ‘황제 의전’에 이어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대통령 중동 순방 때 이집트 피라미드 관광을 몰래 다녀온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정권 교체기 집권층의 모럴 해저드로 쟁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씨 측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그 수법이 대선 후보 배우자와 관련한 일이 맞는지 듣는 귀를 의심케 한다. 김씨 측은 소고기, 초밥 등을 시켜 먹으면서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의 개인 카드로 우선 결제하게 한 뒤 나중에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하는 편법을 썼다.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시간대나 장소일 경우 개인 카드로 선(先)결제 후 바꿔치기 결제해 불법사용 흔적을 지우는 수법이다. 지자체 법인카드 사용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로, 공무원이 그랬다면 곧바로 공금 횡령으로 중징계감이다. 김씨 측은 A씨를 약 대리 처방, 옷장·냉장고 수납 등 개인사에 동원했다는 ‘황제 의전’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이에 대한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씨는 공무원 수발 의혹이 제기된 지 닷새 만에야 “모두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본인 측근이 지인 도움을 받은 것일 뿐이라며 직접적인 책임에는 선을 그었다. 이재명 후보도 부인의 법인카드 사용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책임져야 할 주체가 김씨가 아니라 김씨 측근이라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 관련 위법행위를 모두 부하 탓으로 돌리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김정숙 여사의 피라미드 관광에 대한 해명도 기가 막히긴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관광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이집트 정부가 관광산업 촉진과 문화유산 홍보를 위해 요청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집트 측이 코로나 확산 등을 이유로 일정은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홍보를 위해 초청했는데 일정은 비공개로 해달라니, 시쳇말로 ‘말’인지 ‘밥’인지 모를 모순된 해명이다. 몰아치기 해외 출장과 코로나 확진 은폐, 방역규정 위반에 이어 ‘몰래 관광’까지 청와대의 임기 말 일탈이 끝이 없다. 대선후보든 청와대든 일수차천(一手遮天·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변명과 해명은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