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경제 교과서 새로 쓰려 한 文정부
1+1=2. 4의 제곱근은 2와 -2. 모든 2차 함수의 곡선은 포물선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사실들을 잘 정리해 놓은 게 수학 교과서다. 과학 교과서엔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다. 수소 원소 2개와 산소 원소 1개가 결합돼 있는 것이 물(H2O)이다. 모든 물질은 당기는 힘이 있다. 질량에 따라 시공간과 빛이 휘기도 한다.

경제 교과서엔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때문에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뛸 가능성이 높다. 대출금리는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물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부가가치 생산량은 늘게 된다.

‘사실과 상식을 정리한 책’의 개념으로서 교과서는 시대에 따라 고쳐 쓰여진다. 중세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했지만 근대 교과서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으로 바로잡았다. 또 중세 유럽 사람들은 돈을 빌려줘서 이자를 받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토마스 아퀴나스를 거치면서 기회비용을 보전하는 측면에서 이자를 받아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을 발견하지도 못했으면서, 그렇다고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도 않았는데도 경제 교과서를 새로 쓰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시장에서다. 주택이라는 재화의 값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자연스런 욕구인 주택 구입 욕구(수요)를 정부가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세금과 규제를 통해서다.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공급을 늘리면, 또 적어도 공급을 충분히 늘릴 것이란 사인만 줘도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외침을 무시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터무니없는 개념도 들고나왔다. 성장의 결과가 소득 향상인데 소득을 늘리면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고 투자가 늘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높이면 이를 감당하기 힘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근로자를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는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은 못 본 척했다.

결과는 현재 경제 교과서가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158만 명에서 130만 명으로 줄었다. 자영업자도 문닫고,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은 역설적이게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를 2017년 8월 266만 명에서 지난해 8월 322만 명으로 늘리는 결과까지 낳았다.

집값이 15억원이 웃도는 경우 금융사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한 것도 경제 원론에 반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비싼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차주는 일반적으로 신용도가 높다. 담보비율만 안정적으로 설정하면 되는 일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있는 어떤 사람에게 물어봐도 “책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고 답한다. 그런데도 이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침을 내린 청와대는 무모하고, 이를 바로잡자고 하지 못하는 금융위원회 관료들은 용기가 없다.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는 아예 뒤죽박죽이다. 최근 당정이 내놓은 수수료 개편안을 보면 가맹점의 연매출 기준 수수료율은 3억원 이하 0.5%, 3억~5억원 이하 1.1%, 5억~10억원 1.25%, 10억~30억원 1.5%로 하기로 했다. 연매출이 클수록 수수료가 높다. 매출이 크다는 것은 한 번 거래의 단위가 크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에서의 한 번 구매액이 동네 구멍가게보다 더 큰 법이다. 카드 수수료는 건당 처리비용과 가맹점의 신용도를 감안할 때 매출이 클수록 싼 것이 당연하다.

이 같은 황당한 카드 수수료 체계는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됐다. 이 정부는 과거 정부의 잘못을 아전인수 격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영업자 지원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도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소비자 혜택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