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보름 앞두고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2022년의 키워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었다. 8개 국책·민간 경제연구원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어제 웨비나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제기한 화두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내년을 전망하면서 “스크루플레이션으로 취약계층 중심으로 생활 여건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연구원장들도 대체로 밝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각종 지표 분석을 통한 전문가들의 우울한 전망은 이전부터 계속돼온 것이다. ‘기업 절반이 투자계획도 못 세웠다’는 그제 500대 기업 설문조사 등 산업현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가계와 기업을 쥐어짜(screw)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가속화시키는 관(官)주도형 불황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감소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로 인해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는 악순환을 빗대, 10년 전 미국 헤지펀드가 만든 이 신조어가 한국에서 딱 맞아떨어지게 살아날지 누구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정부의 쥐어짜기는 거의 전방위적이다. 몇 년째 급증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파동이 주택시장에 폭넓게 퍼져 전·월세로 사는 서민에까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취득·보유·매도까지 다 늘어난 부동산 세금만이 아니다. 실효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와 다락같이 올려놓은 법인세·소득세도 만만찮다. 준조세도 안 오른 게 없다. 건강보험·고용보험료율이 다 오른 데 이어, 장기요양보험료율도 0.75%포인트 또 올랐다.

치솟는 물가는 이미 인플레이션에 들어선 상황이지만 안이한 정부에는 위기감도 안 보인다. 전기·대중교통 등 공공요금도 인상요인이 쌓이는 게 뻔히 보이는데 뒤로 미루기만 한다. 끝없는 퍼주기만큼이나 선거를 의식한 행태다. 소득격차 심화 속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것은 통계로 이미 확인됐다.

서민·중산층을 중심으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고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도 늘어나는데 정부만 호황을 누리는 꼴이다. 가계가 고통받고 중산층이 무너져도, 나랏빚이야 어떻든 매년 급증하는 팽창재정으로 온갖 생색은 다 내려든다. 학생수가 줄어드는데도 기계적으로 급증하는 교육예산은 문제의 원인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라고 아무리 촉구해도 국회도 정부도 오불관언이다.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공부문만 구가하는 흥청망청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