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대립이 심상찮다. 44조원이 넘는 내년도 서울시 예산 심의가 시작되면서 비난과 폭로 성명이 난타전처럼 오가고 있다. 11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99석을 장악한 시의회와 야당 시장의 충돌은 예상됐지만, 과하다.

가장 큰 요인은 시 주변 관변단체 지원예산 문제다. 오 시장은 ‘보조·위탁사업’으로 민간단체에 나간 시예산에 대해 대대적 감사를 벌여왔고, 이로 인한 사회적 반향도 적지 않았다. 시 예산을 받아간 단체가 지난해 3339곳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10년간 1조원에 달했다. “시 예산이 시민단체 ATM(현금지급기)으로 전락했다”고 했던 오 시장은 일부 단체 관계자에 대해 수사까지 의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게 대립의 발단이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문제로 서울시 동향을 살피게 됐다.

사태 진행은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오 시장의 입장문에 시민이 관심 가질 만한 게 두 가지가 있다. 그는 ‘시민단체’를 ‘보조금 수령단체’라고 규정하면서 “가능하면 나랏돈을 안 쓰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책에 매서운 비판을 가하는 소금 역할을 충실히 하고, 누가 봐도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간 사회단체가 NGO(비정부기구)로서 존재하는 이유를 지적한 것이다. 자율봉사나 시민 회비 기반이어야 할 NGO가 나랏돈을 받으면 그만큼 감시·간섭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서울시 보조금 수령단체에 대한 시의회 민주당의 배려와 비호가 도를 넘고 있다”고도 했다. NGO 활동에 정파적 편향성도 금물이다. 그런 논란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활동 취지가 의심받는 게 NGO다.

한국의 NGO는 나름대로 기여를 해왔다. 압축 경제성장과 민주화에서 역할이 있었고 성과도 냈다. 물론 부작용이나 파란도 적지 않았다. 진영논리에 빠져 관변단체로 전락하거나, 활동가들의 정·관계 진출 디딤돌처럼 이용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정부의 독단과 비효율을 감시하다가 슬그머니 ‘공공 생태계’ 일부가 되면서 서울시에서 빚어지는 파란의 사단이 된 것이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NGO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운영자금은 물론 사무실 하나 빌리는 것부터 관에서 독립해야 한다. 독립·중립·전문성과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 신뢰를 얻는다면 힘들지만 재원·인력 문제도 풀려나갈 것이다. “선진국에선 NGO가 정부 돈 받는 걸 수치로 여긴다”는 말을 NGO들도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