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놓쳐서는 안 될 발언 하나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향한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의 쓴소리다. 30대인 그는 문재인 정부가 연금문제는 건드리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는 사실을 지적한 뒤 “국민의힘 후보들은 공약으로 연금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데, 우리 당 후보들은 왜 얘기를 하지 않나”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정부도 국회도 외면하고 있는 몇몇 시한폭탄 같은 ‘사실’까지 제시한 그의 발언을 보면 단단히 작정했던 것 같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서 방치하는 바람에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당겨졌고 이에 따라 그다음 해부터 근로자들이 소득의 30%를 내놔야 한다는 것, 지난해 국고에서 1조7000억원을 메꾼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10년 뒤엔 7조원을 넘는다는 사실, 군인연금에도 지난해에만 1조5000억원 예산이 들어갔다는 등의 내용이다. 조(兆) 단위의 무시무시한 숫자들이지만 사실 새롭지도, 낯설지도 않다. 위기의 연금을 방치해온 정부, 미래와는 담쌓은 무책임 정치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목록이다.

“미래로 폭탄을 던지는 행위가 더는 정치권에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청년 정치인의 외침은 연금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우려까지 모두 극히 당연하고 상식적 언급이었다. 한경도 여야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수없이 되풀이해온 제언·주장·요구여서 사실 더 덧붙이고 부연할 내용도 없다.

지금 한국 정치의 실상과 수준이 이렇다. “청년세대는 연금개혁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는 그의 호소는 눈앞이 캄캄해진 청년들의 절망감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데도 소액의 현금살포가 2030세대가 바라는 청년대책인 줄 아는 게 정치권이다. 그제 정부·여당의 청년특별대책만 해도 최대 1년간 15만 명에게 월세 20만원씩을 주겠다는 식이니 ‘대선용 매표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석 달 새 이런 ‘퍼주기 대책’이 네 번이나 나왔지만, 청년용 주택공급이나 가장 중요한 고용창출 방안은 제대로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선심대책 남발하다 조기에 거덜 낸 고용보험, 내년에도 더 올라가는 건강보험료 등 ‘포퓰리즘 청구서’가 줄줄이 날아든다. 여당 청년 최고위원의 일갈에 정치권 전체가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평가받는 정치권 안팎의 좌편향 586그룹은 변하지 않으면 역사에 부끄러운 세대로 남게 될 것이다. 정치권이든 밖에서든 청년세대도 지혜와 용기로 자기 목소리를 더 분명히 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