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와 서울시가 노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내달 14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무임승차 손실 국비 보전, 청년 신규채용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시와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재정난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다 구조조정으로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사 재정난은 코로나 이전부터 고질화된 구조적 문제다. 서울지하철은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 이후 2019년까지 3년 연속 5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코로나 확산으로 적자 규모가 더 커져 지난해 약 1조11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는 적자 규모가 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빚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공사채 발행규모가 2조원을 넘었고 단기부채까지 합하면 3조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노사 등 4자(者)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은 수년간 요금 현실화를 공론화하는 것을 폭탄 돌리듯 미루고 회피해왔다. 행안부는 서울지하철의 부채한도만 높여줬을 뿐, 빚 감축계획은 제대로 요구하지도 않았다.

공사 감독 및 요금책정권을 가진 서울시도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이나 요금 인상 등 껄끄러운 문제는 “일단 덮어놓고 보자”는 식으로 일관했다. 신임 오세훈 시장이 지난 6월 공사의 자구노력을 주문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최근 요금 인상을 요구하며 정원 10% 감축, 복리후생 축소 등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노조 반발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조 측은 부실의 주된 원인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무임승차를 지목해왔다. 그러나 고령층의 상당수는 요금이 유료화되면 지하철 이용을 안 하거나 대폭 줄일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무임승차를 적자 주범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통합 이전부터 막대한 적자와 부채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임직원 해외연수에 수억원, 퇴직금과 휴가수당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하는 등 방만경영의 대명사였다. 이제 와서 ‘코로나 탓, 무임승차 탓’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모두가 책임은 안 지고 ‘남 탓’만 해서는 해결책이 없다. 지속된 자금 부족은 자칫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승객 한 명당 비용의 60%에 불과하다는 요금 현실화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군살빼기와 뼈를 깎는 자구 및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서다. 그래야 공사도 살고 ‘빚더미 지하철’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