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이 발발한 지 오늘 71주년을 맞았다. 북한 김일성 집단의 기습 침공으로 3년1개월 지속된 전쟁에서 대한민국은 큰 참화를 입었다. 국군 13만8000명이 전사했고, 45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유엔군은 15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민간인 사상자 250만 명, 이산가족 1000만 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는 비극을 딛고 일어섰다. 1953년 13억달러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조6382억달러로 1260배 증가했고, 1인당 소득은 460배 늘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이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는 국가로 성장했다. 피 흘려 나라를 지켜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과연 6·25를 제대로 기억하고, 북한의 실상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여론조사에선 20대의 경우 ‘6·25가 북한 책임’이라는 응답이 44%에 불과한 실정이다. 6·25 때 김일성에게 훈장까지 받은 사람은 국군의 뿌리로 칭송받고,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고 평양 수복에 앞장선 전쟁영웅은 친일파로 몰려 파묘(破墓) 억지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엔 ‘6·25 전범’인 ‘북한’이란 표현이 빠졌다.

북한이 갈수록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는데도 우리 정부 대응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김정은이 “완전무결한 핵을 구축했다”고 해도 대통령부터 “(김정은이) 평화·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감쌌다. 어제 대통령은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김정은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결단력을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타임조차 “잊지 말아야 하는데 그(김정은)는 냉혈한처럼 고모부(장성택)와 이복형(김정남)을 살해한 사람”이라고 쓴 마당에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를 내니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찌 보겠나.

G7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대북제재 이행을 외치는 판에 우리만 제재 완화와 안보 근간을 흔들 판문점 선언 비준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 김여정이 시키는 대로 다 해놓고도 돌아온 것은 조롱, 경멸, 대화 거절임에도 여권에선 8월 한·미 훈련 중단 주장까지 나온다. 이젠 진정한 남북한 관계 진전을 위해서라도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 그 바탕에 굳건한 안보가 깔려 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6·25 참극은 방심과 오판에서 비롯됐는데, 지금의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6·25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