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연합뉴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연합뉴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104세다. 99세 때 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5년 동안 낸 책이 열 권이 넘는다.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간담회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힘이 있었다.

김 교수는 “늙는다는 것은 성장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고 했다. 늙지 않는 비법으로 “공부를 계속하며 일하고, 감정을 젊게 가지라”고 했다. 고(故) 김동길 교수가 ‘장수 클럽’을 만들어 그를 초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꾸 나오라 하길래 나가보니 전부 늙은이들만 있더군요. 더 늙겠다 싶어 한 번만 가고 안 갔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때가 더 좋습니다.”

우리 교육과 정치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 교수는 만약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수능이 학문적 다양성에도,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수능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지도자의 무지는 사회악”이란 말을 인용하며 “학창 시절 가장 공부를 안 한 586 운동권 세대, 고시 준비하느라 국제적 감각이 결여된 법조계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주의가 뚜렷한 건 정당하다”며 “다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전문가·학자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교수를 평소 존경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검찰총장 퇴임 후 김 교수가 만났고, 지난달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교수와 오찬했다.

책은 100년 넘게 살아오며 그가 깨달은 삶의 지혜와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평범한 우리네 일상에서부터 정치, 교육 분야 등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노련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