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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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코아 가격을 2배 이상 급등시켰던 엘니뇨에 이어 하반기에는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국제 곡물, 원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관련 파생상품 투자자에게는 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이 야기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보센터(CPC)에 따르면 라니냐 발생 가능성은 올 4~6월 0%에서 5~7월 26%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확률은 연말로 갈수록 점점 커져 8~10월에는 80%로까지 치솟고, 10~12월에는 86%로 정점을 찍는다. 올 3~5월 95%에 달했던 엘니뇨 발생 가능성은 4~6월 15%로 급감한 상태고, 오는 6~8월부터 연말까지는 1% 수준까지 떨어져 사실상 영향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 가고 라니냐 온다…"물가 또 급등" 전세계 '초비상'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 이하인 상황이 5개월 이상 이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엘니뇨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코트디부아르 등 코코아 주요 생산지에 폭우를 야기했고, 이 영향으로 올들어 코코아 가격이 3배 급등했다. 이처럼 기후에서 비롯된 원자재 가격 급등이 하반기에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니냐가 곡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이 현상이 북미의 강추위, 남미의 가뭄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미는 대두, 옥수수 등의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며 "라니냐가 생기면 작황 문제로 이들 농산물의 공급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라니냐로 북반구에 강추위가 몰아치면 천연가스, 난방유 수요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농산물이나 원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관련 파생상품의 가격도 함께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의 농산물 파생상품으로는 KODEX 3대농산물선물(H)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ETF, 메리츠 대표 농산물 선물 상장지수증권(ETN)(H) 등이 있다. 신한 WTI 원유선물 ETN(H) 등 원유 관련 파생상품도 다수가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다.

엘니뇨가 잦아들고 라니냐가 새로 생기는 상황이 음식료주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동남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일대 강우량이 오는 8~10월에 평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코아 작황 개선으로 향후 S&P500 음료업종의 원가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강 연구원은 "곡물가 상승은 음식료주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