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대책’이라며 이달 초 ‘공수표’ 같은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아 혼란을 부추긴 정부가 또 ‘특단 대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특단의 고용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도 “고용회복을 위한 범부처 총력 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 발언에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인 고용상황 개선을 위한 고심이 묻어난다. 하지만 지시내용을 살펴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막대한 재정 출혈을 동반한 또 한번의 방향착오 정책이 시작되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든다. 대통령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4차 재난지원금 추경에 일자리 예산을 충분히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말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특단의 고용대책’은 결국 더 많은 혈세를 퍼부어 더 많은 ‘일회성 세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공공일자리 정책은 4년 내내 지속 중이지만 반짝 통계 개선 이외의 효과는 거의 전무했다. 최근 1년 새 사라진 일자리가 100만 개에 달한다. 지난해만 해도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퍼부었지만 일자리 질 악화만 급속히 진행됐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30대와 40대 실업자 숫자도 각각 21년, 11년 만의 최대인데도 60대 이상 ‘공공 알바’를 확대하고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식이라면 더 큰 고용참사를 자초할 뿐이다.

반면 진정한 고용대책의 핵심인 민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통령 인식은 여전히 1차원적이다. 대통령은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여건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지원은커녕 첩첩 규제 입법으로 투자 발목을 잡는 현실을 도외시한 유체이탈성 화법이다. 지난해 말 상법·공정거래법 등 세계 최강의 ‘기업 규제 3법’이 통과된 후 기업 10곳 중 4곳이 ‘고용 축소’를 검토 중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집단소송법 등 기업때리기 입법이 쏟아진다.

특단의 부동산 공급대책은 ‘난개발’과 ‘재산권 침해’ 논란만 키웠다. 특단의 고용정책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나라를 빚더미로 몰아넣는 최악의 결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 3위’ 기업에 이름을 올린 쿠팡이 뉴욕행 기업신고서에 ‘한국 규제’를 경영위험 요소로 적시했다는 뉴스부터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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