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인 8.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의 일곱 배 규모로, 원전 8기에 해당하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밖에 서남권(2.4GW) 울산·동남권(6GW) 등에도 대규모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비용 대비 효율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2010년 3GW에서 2019년 28GW로 10년간 25GW 늘었다. 이런 추세가 향후 10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신안 해상풍력단지만도 전 세계 해상풍력 신규 설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서남권과 울산·동남권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신규 해상풍력의 3분의 2를 국내에 짓겠다는 얘기가 된다. 비용, 시간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하다 해도 문제는 또 있다. 풍력발전은 설비용량과 실제 전력 생산량 간 커다란 괴리가 발생한다.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은 ‘간헐성’ 때문이다. 태양광도 간헐성 문제가 있지만 풍력은 더 하다. 따라서 원전 8개 규모의 설비라고 하더라도 전력 생산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태양광의 전력 판매량은 신재생에너지 전체의 10~20%에 그친다. 풍력은 여기에도 못 미칠 게 뻔하다.

비용과 효율도 그렇지만 환경 파괴와 민원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견도 있지만 해상풍력기의 소음과 진동으로 인근 어류와 철새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기 하부 구조물에 의한 해양 생태계 파괴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전남 12개 시·군 27개 지역에서 “농어촌 파괴형 풍력과 태양광을 반대한다”는 반발이 일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먼바다에 설치하면 민원은 상대적으로 줄지만 구조물과 전력망의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수십 년 전부터 해상풍력발전을 해온 나라들이 관련 설비를 급격히 늘리지 못하는 것도 다 그래서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해상풍력발전이 자칫 발전효율은 낮고 산림 파괴 등 환경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는 태양광 발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탈(脫)원전을 포함해 에너지 수급 계획 전체에 대한 진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