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작성해 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임시켜 논란이다. 박 의장은 국토교통위 소속이던 최 대표를 그제 법사위로, 법사위에 있던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을 국토교통위로 사·보임시켰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김 의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가 열린민주당이 사·보임을 신청해 존중한 것”이라는 게 박 의장 측 설명이다.

하지만 법사위는 예산 등을 무기 삼아 법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다. 판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장에게 “살려달라고 해 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4·15 총선 직후 최 대표가 법사위를 희망했을 때 여당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반년간 달라진 게 없는데도 국회의장이 느닷없이 이렇게 결정하니, “이해충돌의 끝판왕” “여당이 공수처 설치를 강행할 때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라는 비판과 추측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주택자인 김진애 의원이 부동산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국토위로 간 것도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 만하다.

더구나 박 의장은 이들이 자리를 바꾸기 하루 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직접 제출했다. 법안에는 “공정을 기할 수 없는 의원의 상임위 배정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박 의장은 ‘피고인’ 최 대표와 ‘4주택자’ 김 의원의 공정성 침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인가.

박덕흠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이 대주주인 건설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주받은 게 문제되자 “국회의원 300명을 전수조사하자”며 총공세에 나섰던 게 여당이다. 박 의장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실천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현 정부 들어 입법·사법·행정부 인사들의 이해충돌 소지가 야당보다 컸으면 컸지 결코 작지 않았다. 아들 사건 수사를 맡은 지검 관계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과천의 소유 토지가 신도시에 포함된 박선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재판 중인 건설사 주식에 투자했던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사례가 그렇다.

미국에선 “아내가 부통령이 돼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남편이 멀쩡히 잘 다니던 로펌을 떠날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선 입법부 수장이 되레 이해충돌을 방조하고 있다. 염치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