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英 '코로나 혼란' 속 주목받는 대학의 역할
지금 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스럽다. 5일 현재 확진자는 4만1903명 그리고 사망자는 4313명이 나왔다. 코로나 몸살을 앓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는 12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사망자도 6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 TV방송은 온종일 코로나19 관련 긴급 뉴스를 내보낸다. 불과 3주 전에 지한파 빌 밀른 명예교수가 한국 상황에 대해 큰 걱정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영국에선 확진자가 많지 않아 코로나19를 남의 일인 양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갑자기 학교 전체가 폐쇄됐다. 칼리지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통지하고, 기숙사를 전면 폐쇄하는 통에 난리가 났었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황준혁 케임브리지대 한국학생회 회장이 교수들은 특별히 아는 게 있느냐고 문의했는데, 필자도 아무런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한 중국인 학생은 영국보다 덜 위험한(?) 중국에 가면 안 되느냐고 문의해 왔는데, 항공편이 절대 부족해 중국행 비행기표 구입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가 12일이나 지난 뒤 중국에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으로서는 학교는 2~3개월 뒤에도 열리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지난 4년간 연구해오던 ‘유럽연합(EU) 호라이즌(Horizon)2020’ 과제에 대해 6개월 연장 허락을 받았고, 영국 공학및물리과학연구위원회(EPSRC) 정부 과제는 케임브리지대 자체에서 연장 허가를 신청했다. 또 4년 장기 과제인 산업계 과제는 코로나19로 연구를 할 수 없는 기간만큼 자율적으로 연장해준다고 해서, 다행히 연구는 큰 걱정 없이 휴지기에 들어가게 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영국 전체에 대해 ‘격리’를 선언해 펍·바·식당·클럽 등을 모두 닫게 하고 인력 이동제한규칙을 긴급 발표했다. △기본 생필품을 위한 쇼핑 △하루 한 차례의 야외 운동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병원 방문 및 치료 △절대 필요한 경우가 아닌 직장으로의 이동 등 네 가지 경우 외에는 모두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30파운드(약 4만5000원) 또는 그 이상의 벌금을 물린다. 이후 바로 찰스 황태자, 보리스 존슨 총리, 맷 핸콕 보건부 장관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다행히 케임브리지 아덴브룩스 대학병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량·고속으로(90분 내) 진단할 수 있는 장비를 민간 기증으로 도입했다는 BBC 보도가 있었다. 이 장비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B형·C형 간염 진단용인 현장진료 기반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만든 것이다. 케임브리지 의과대학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이 창업한 회사(Diagnostic for the Real World)에서 개발했다. 치료 신약도 여러 곳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케임브리지 의과대학 소속 밀너 테라퓨틱연구소가 세계 유수의 제약사인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과 바이오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인공지능(AI), 머신 러닝을 포함한 컴퓨터 기반의 바이오 신약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인 한남식 박사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의 다양한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과 응용과학을 기반으로 한 고기능 진단 장비 등의 개발에 대학이 크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