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지난해 12월(-1.7%) 이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0월 수출 감소폭은 3년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의 끝이 안 보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2%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이 10월에 바닥을 치고 내년 1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이런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작년 말부터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시작했기 때문에 전년 동월에 비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더뎌지는 등 회복 조짐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기저효과에 따라 수출이 잠시 반등하더라도 그것은 일종의 착시(錯視)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믿고 있는 것은 전체 수출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산업 회복뿐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5세대(5G) 이동통신 확산, 컴퓨터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성장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하락세가 여전해 반도체 업황의 본격 회복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게다가 미국 인텔의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메모리 시장 공략, 중국 대만의 중화권 동맹 강화 등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수출 부진에 대한 정부 인식이 단순하다 보니 지원책도 보증 확대 등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어렵게 결정한 투자 계획을 수출진흥책에 슬쩍 끼워 넣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수출 산업의 세대 교체와 저변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