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는 길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공통점이 있다. 영토가 작고 인구는 적으며,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그렇다. 싱가포르는 위로는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아래로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인접해 있다. 중동 서쪽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이집트, 이라크 등 중동 강국들 틈새에 있다.

두 나라는 소국(小國)이지만 주변 국가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나라다. 싱가포르는 2018년 다보스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고, 1인당 국민소득(GNI) 세계 3위, 국가청렴도 3위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중동권의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이스라엘은 1인당 벤처 창업률 세계 1위,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 수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할 만큼 경제·기술 강국이다.

작지만 강한 두 나라의 국력 비결은 무엇일까. 싱가포르를 먼저 살펴보자. 이 나라는 도시국가로서 늘 주변국으로부터 위협과 견제를 받아왔다. 그만큼 국방의 필요는 높았지만 국토가 좁아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할 공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공군은 미국 호주 프랑스 카타르에서, 육군은 브루나이 태국 대만 등에서 훈련했다. 그중 대만이 문제된 적이 있다. 싱가포르는 대만의 3개 훈련장에서 보병·기갑·포병이 합동훈련을 펼치고 특수부대의 산악·해양훈련까지 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과 교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고지하며 압박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단호했다. “경제, 외교, 문화 등은 중국과 긴밀하게 교류하겠지만 생존을 위해 안보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 결국 중국이 받아들였다. 싱가포르는 1990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지만, 1975년 협정에 따라 군사교류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와 일맥상통한다.

두 나라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은 주변국과 경제·안보 면에서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일본과는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미국과는 방위비 분담, 러시아와는 군용기 침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과 달리 주변국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우리도 강대국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확고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안보는 양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안보는 국가 생존과 국민의 안전이 달려있기 때문에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주변국이 안보 문제로 흔들지 않을 것이다.

둘째, 싸울 거라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23전23승을 기록한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도 이길 수 있는 전투를 했다는 데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선승구전(先勝求戰)’, 전투하기 전에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짜고 형세를 만드는 데 주력한 다음 전투를 벌였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장비와 우수한 군사가 있어도 공명심과 만용이 가득하면 원균처럼 대패할 수밖에 없다.

셋째, 실력을 키워야 한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경제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과의 갈등으로 반일(反日) 집회와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일본을 이기려면 실력을 더 키우는 일이 먼저 아닐까. 만일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강대국이었다면 일본뿐 아니라 주변 어느 나라도 무시하거나 흔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진국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보다 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강대국 사이에서 꿋꿋이 생존해 왔다. 우리의 역사가 말해주듯 약하면 외세의 침략을 받게 된다. 자만하지 말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가슴보다는 냉철한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