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값이 다시 꿈틀대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사는 ‘묻지마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매물은 별로 없는데 사려는 사람은 워낙 많다 보니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집주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닌, 20억원을 넘나드는 게 보통인 고가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사라는 것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것은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최근 완전히 매도자 중심의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방침 영향도 적지 않다. 교육계 안팎에서 “자사고 폐지가 일반 명문고가 몰려 있는 강남 선호를 부채질해 집값 급등을 부를 수 있다”고 반대해왔지만 각 교육청과 정부는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부는 어제 안산동산고와 군산중앙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이대부속·중앙·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의 지정 취소 여부는 8월 초 결정된다. 이들 자사고 중 상당수가 폐지될 것으로 예상한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강남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와 강남 선호현상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강남권 집값은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 정책의 일환으로 ‘우선 선발권 폐지’를 발표한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도 크게 뛴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것도 강남권 아파트의 ‘묻지마 거래’를 더욱 늘리는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향후 이 지역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매수자들이 몰려들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지도 않고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자율과 시장 수급을 무시한 정부의 간섭과 개입이 ‘묻지마 거래’라는 부동산 시장의 기이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