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1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고용 인력이 계속 줄어든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현상인 만큼 원인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청와대는 자동차 조선 등 대표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제조업이 구조조정 중인 것은 사실이나 구조조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해부터 갑자기 일자리가 감소한 것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공장 자동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로봇 한 대가 일자리 1.6개를 대체한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나 자동화는 세계적 추세다. 최근 수년간 미국과 일본의 일자리가 크게 늘고 구인난까지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자동화만으로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제조업 일자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설비투자다. 2017년 14.6%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2018년 -1.6%로 줄더니 올 1분기에는 10.8% 줄어들었다. 21년 만의 최악 실적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노동·환경 규제가 제조업 생산성을 떨어뜨려 투자의욕을 꺾고, 이것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44.9% 늘어난 데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현지 투자도 있지만 자발적 탈출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5.2% 줄고 특히 제조업은 75% 감소한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규제 외에도 높은 법인세율과 낮은 예측가능성 등을 한국을 외면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데는 정부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는 얘기다. 정부가 얼마 전 ‘제조업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제조업 부활은 요란한 청사진이나 대책회의보다는 기업이 맘껏 뛰게 해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