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는 정상적인 국가운영과 자유민주주의 작동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합리적이고 공공적인 규칙에 의한 지배(rule of law)가 이뤄질 때 사람들은 안전을 보장받으며 자유로운 활동을 펼칠 수 있고, 그런 속에서만 창의를 마음껏 발현하고 온전한 사회협동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요즘 우리 주변의 몇 가지 풍경은 한국 사회에서의 각종 법규 제정과 운용, 시민적 준수의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경이 5월 11일자(A2면)에서 고발한 <무늬만 남은 ‘무늬만 법인차 방지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제정되고 공정하게 시행돼야 할 세법의 엄정함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고급 스포츠카 등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 명의는 2017년보다 0.7%포인트 많은 71.3%였다. 차량 대수로는 11.4% 늘어난 1만8758대로 사상 최다였다. 절세효과를 노린 고가의 ‘무늬만 법인차’를 걸러낼 법적 장치가 허술한 탓이다.

‘법치’에 관한 한 크고 작음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틈새가 벌어지고, 그것을 방치하면 국가를 떠받치는 법치의 ‘둑’ 전체가 허물어질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세법 규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공평과세를 해치는 ‘무늬만 법인차’ 악용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한 ‘외국인 투자기업 CEO(최고경영자) 간담회’는 ‘무엇이든 만들면 법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를 돌아보게 해줬다. 외국에서는 사법적 제재대상이 아니거나 제재하더라도 민사상 조치로 제한하는 행위가 한국에선 형사처벌 대상이 돼, 기업인들 의욕을 꺾고 공포를 조성하는 일이 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한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늦게 퇴근하다가 주 52시간 근로제도를 어겨도 대표이사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면 본사에선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대목에선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내건 각종 단체에 의해 서울 광화문광장이 무단 점령당하고, 도심 곳곳이 요란한 확성기 소음과 현수막으로 뒤덮여 도시 미관은 물론 시민들의 평온할 권리가 내팽개쳐지고 있는 현실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심을 장악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각종 단체의 집회와 시위행진이 이어지면서 주요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기 일쑤다. 공공질서 훼손이나 교통혼잡 유발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온갖 불법 행위들이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유와 풍요가 넘쳐나는 국가로 계속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온전한 법치가 받쳐줘야 한다. ‘법다운 법’이 제정되고, 엄정하게 운영되며, 사회구성원 모두로부터 존중받아야 가능하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류가 집단지성을 통해 생성하고 검증하며 발전시켜 온 법치와 동떨어진 제도 운용은 곤란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법치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