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보가 점점 더 우려스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연합훈련이 줄줄이 중단 또는 축소되더니, 핵심인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마저 종료됐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북한 핵·미사일 억지력을 더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초기 단계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 안보만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국방부는 어제 두 훈련의 종료를 발표하면서 “새로 마련된 연합 지휘소연습과 조정된 야외기동훈련이 있으므로 연합방위 태세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도상 연습 또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훈련으로 전면전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은 군사 비전문가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컴퓨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는 것은 실제 야전에서 손발을 맞춰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강군(强軍)이 될 수 없다. 운동선수가 체력 훈련만 하고 실전 훈련 없이 경기에 나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안보를 ‘비용’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그제 “한국과의 훈련을 원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으로선 심각한 안보 불안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행정부의 이런 방향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설득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확고한 안보보다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해 훈련 축소와 중단을 막기는커녕 호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지난해 9·19 남북한 군사합의로 인해 우리 군의 국방대응력이 크게 무뎌진 터에 한·미 연합훈련체계 이완까지 더해지는 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마저 약화될 경우 어떤 일이 빚어질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북한이 핵 폐기를 거부하고 어떻게 해서든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속내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일방적인 방위력 약화는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최악 안보상황이 닥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국민에게 분명하고 소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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