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낭만적인 인공지능은 없다
지난달 5일 구글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실망스러웠다. 완전 무인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할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이번에도 엔지니어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완전 무인자율차 서비스를 할지 시기를 밝히지도 못했다.

필자는 완전 무인자율차 서비스는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한국경제신문 칼럼(2017년 9월19일자 참조)에서는 ‘용감하게 완전 무인자율주행차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면 필자는 그 회사에 위험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고 썼다. 필자는 인공지능(AI) 비관론자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현실론자다. 필자는 2005년 정보과학회지에 발표한 ‘인공지능 응용분야로서의 게임’이라는 논문에서 이창호 9단을 이기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개발 가능한 시대에 와 있다고 했다. 그 주장은 2016년 알파고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필자는 완전 무인자율차의 실용화는 2020년대에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운전이란 상식과 건강을 갖춘 이가 자동차를 구동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하는 행위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자동차를 구동할 수는 있어도 상식을 갖추지는 못했다. 운전은 자동차를 구동하기만 하면 되는 행위가 아니다. 운전석에서 정말 사람을 떼어내려면 그 상식적 행위 능력을 갖춘 기계가 필요한데,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방법론의 단초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채팅로봇도 마찬가지다. 콜센터 업무란 상식을 갖춘 이가 특정 조직의 고객 응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하는 행위다. 콜센터 업무를 하려면 상식적 행위, 즉 상식적 대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의 단초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웨이모가 이번에도 운전석에서 사람을 떼어내지 못한 것이다. 콜센터의 완전 자동화 역시 요원하다.

구글 알파벳의 또 다른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지난달 2일, 단백질 구조를 3차원적으로 규명해내기 위한 프로그램인 알파폴드를 발표해 인공지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팀임을 증명했다. 단백질 구조를 3차원적으로 규명해내는 것은 상식이 필요 없는 업무다. 이 문제를 최적화 문제로 만들고, 푸는 방법론을 딥러닝을 기반으로 표현해 풀어낸 것이다.

완전 무인자율차가 실현된 세상을 보려면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기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아직 챗봇에서도 상식적인 대답을 하는 기계를 만들지 못했기에 완전 무인자율차는 여전히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학습해야 할 여러 상식적 업무는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업무의 습득 및 구현은 그 이전 업무보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그 시간적 전망을 쉽게 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은 달성하려는 문제의 목표를 최적화하는 기술이며 그 문제가 계량화될 수 있는 목표를 가질 때 더 쉬워진다. 채팅이나 운전은 상식이 필요한데 상식에 기반한 문제풀이는 아직 계량화가 어려워 최적화하기 어렵다. 오히려 어려워 보이는 단백질 구조 규명 문제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최적화에 실패한 답이 나올 때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수록 적용하기 좋다. 완전 무인자율차 택시의 경우 최적화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인명 피해 위험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누로(Nuro)사가 챈들러시와 가까운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시에서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를 위한 완전 무인자율차 유료 배송 서비스를 지난달 18일 시작한 것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경 1.5㎞ 안에서, 시속 40㎞ 속도로 움직이는 아주 작은 차 R1이 배송한다. 이런 시도는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은 현재 기술의 본질과 상황을 잘 알고, 문제의 특성을 잘 알아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낭만적인 인공지능은 없다. 클래식 음악이 고전파, 낭만파를 거쳐 현대음악으로 발전한 것처럼 인공지능도 고전적 인공지능 시대를 지나 현대적 인공지능, 현실론적 인공지능 시대에 와 있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인공지능에 대해 좀 더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과학적인 접근을 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