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많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식생이 옷을 벗는 계절이라서 그 느낌이 짙어진다. 그래서 가을을 조락(凋落)과 영락(零落)의 계절이라고 적는다. 두 단어 모두 떨어진다는 뜻의 落(락)이라는 글자를 달고 있다.

조락(凋落)은 우선 가을의 식생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凋(조)는 무엇인가에 의해 몸을 다치는(傷) 일이다. 특히 차가운 기운에 다치는 뜻을 품었다. 따라서 이 단어는 가을 또는 겨울의 차가운 대기에 잎사귀 등을 떨어뜨리는 식물에 잘 맞는 표현이다.

“날이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든든함을 알겠노라(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라는 《논어(論語)》의 문장이 다 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물이 시드는 모습은 직접 조사(凋謝)라고도 적는다. 뒤의 글자 謝(사)는 신진대사(新陳代謝)의 그 경우다. 오래 묵은 것이 사라지고, 떨어지는 일이다.

영락(零落)도 맥락이 비슷하다. 앞의 零(영)은 우선 숫자 ‘0’을 가리킨다. 그러나 먼저 얻은 새김은 그와 다르다. 비를 가리키는 雨(우)에 명령을 의미하는 令(령)이 붙었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뜻으로는 본격적으로 내리는 비가 아닌, 나머지의 흩뿌리는 비다.

굵은 빗방울로 떨어지는 본격적인 비에 앞서 내리는 작은 빗방울 또는 굵은 비 내린 뒤 흩어져 내리는 비 따위 등을 의미한다. 그로부터 다시 번진 의미는 ‘이리저리 흩어지다’의 뜻이다. 따라서 영락(零落)은 이리저리 흩어져(零) 떨어지는(落) 그 무엇을 지칭한다.

落(락)이라는 글자는 우리가 별로 반기지 않는다. 움츠리며 잦아드는 현상은 쇠락(衰落), 뒤떨어지면 낙후(落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일은 추락(墜落),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낙제(落第) 등으로 적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기우는 모습이 역력하다. 차가워진 날씨에 경기의 내리막길 추세가 뚜렷해져 더 스산하다. ‘水落石出(수락석출)’이라는 표현이 있다. 거품이 꺼지면서 드러나는 바탕의 진짜 모습이다. 시들고 기우는 이 계절에 우리가 제대로 점검해야 할 대상이 우리의 바탕 체질인지 모른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