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선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그 결과는 예측대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선의로 시작한 수산 정책 중 정당성을 잃은 애물단지 사업으로 ‘인공어초’와 ‘바다숲 조성’이 있다. ‘물 반 고기 반’이 되는 바다를 만들자는 거창한 선의로 1970년대부터 시작한 두 사업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축내고 있다.

통계청이 2016년 초 발표한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년 전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t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중국 어선 불법조업이니, 바닷모래 채취니 하는 검증되지 않은 요인들을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 돌리고 있다. 애초 선의로 시작한 사업의 목표와는 달리 연근해 어획량은 오히려 줄고 있다.

수산자원 조성 목표 아래 콘크리트로 만드는 인공어초는 해안선 부근 바다 약 2200㎢에 걸쳐 설치됐다. 하지만 미국 및 일본처럼 한국도 효과가 미미한 상태다. 바다숲 조성도 바다에 숲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물고기 서식처를 마련해 주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식목’이라면서 풀을 다닥다닥 붙인 구조물을 해안가 바위 등에 고정시키는 데 열중했다. 애초 바다풀 감소는 해양 오염과 기후변화에서 비롯했다. 근본적 치유 없이는 인위적인 어류 서식처 확보가 쉽지 않다.

‘바닷모래 채취’는 사정이 좀 다르다. 서해와 남해 해안선에서 70~90㎞ 이상 떨어진 먼바다의 좁은 면적(32㎢)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바다 골재 채취’가 바다환경 파괴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반대 단체들은 바닷모래 채취 해역이 고등어를 비롯한 수산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등어 주요 산란장은 제주 이남 동중국해고 멸치와 대구를 비롯한 대부분 어종의 주요 산란장은 수심이 얕은 연안이다. 고등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제주 앞바다와 서해다.

바다와 관련된 사업들이 엉키게 된 원인은 해양수산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배제한 채 일부 공무원들이 독선적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기 때문이다. 수산자원 조성 사업은 더 이상 ‘선의’만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선의가 몰고 올 재앙을 감시·예방할 수 있는 해양수산 전문가 풀 시스템의 복구가 절실하다.

정석근 <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