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좌파도 걱정하는 장하성의 경제 인식
“참 안이하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협소한 인식의 한계를 볼 수 있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지난 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장 실장이 이날 JTBC ‘뉴스룸’과 한 인터뷰를 보고 난 직후였다. 박 교수는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이 현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없고, (지금이) 경제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전략적 사고도 안 보인다”고 장 실장을 질타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정말 위기를 맞을 것 같다”며 “결국 한국 경제는 파국의 길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인가? 참 답답하고 심란한 저녁”이라고 글을 맺었다.

박 교수는 학계에서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장 실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주 관심사인 박 교수도 느끼는 경제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장 실장은 설비투자가 지난 7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론이 대두되는 것과 관련해 “거시지표가 좋은 상황을 침체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잘라 말했다. 장 실장은 “5대 주력산업 중 조선은 너무 어렵고 자동차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면서도 “투자는 분명 부진하지만 소비가 굉장히 견조하고 좋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장 실장 인터뷰가 나간 다음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 2분기에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전 분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1년6개월, 정부소비는 4년3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장 실장은 고용지표 악화에 대해서는 “(지난해 대비) 10만~15만 명 고용 증가는 연말이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의 목표치(18만 명)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지는 수치를 마치 청사진처럼 제시한 발언이었다. 그나마 7월에 제시한 목표치도 지난해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의 목표치(32만 명)를 절반 수준으로 깎은 숫자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올해) 16.4% 상승한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 솔직히 깜짝 놀랐다”며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상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한 것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자유한국당이 “놀랐다는 장 실장의 무책임이야말로 정말 놀랍다”고 꼬집은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장 실장은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을 걸고 임하라’고 당부한 것에는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아니라 국민이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을 거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용지표나 소득분배지표 등 실망시켜드린 부분은 반드시 성과를 내서 보답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좌파로부터도 안이한 경제 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은 장 실장이 과연 약속한 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회의감이 앞선다. 장 실장이 직을 걸었다가 물러나더라도 국민이 겪어야 하는 정책 실패의 고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날 인터뷰를 보고 ‘답답하고 심란한 저녁’을 보낸 것은 박 교수와 야당 의원들뿐만은 아니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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