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보면 산업용 위주인 심야시간대 요금은 ‘조정’ 시기만 남았고, 가정용도 예외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전 사장이 전기료 인상 문제를 공개 언급한 것은 정부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점은 상식적이다.

공공요금이라지만 전기요금도 생산단가 변화 등 시장여건에 맞춰 신축성 있게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모든 가구와 사업체까지 예외지대가 없는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가급적 줄여가며 움직여야 한다.

주목되는 것은 “값싼 전기료 시대는 끝났다. 전기료가 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김 사장 말이다. 그럴듯한 지적이고 말 자체로는 맞지만, 분명히 짚고 가야 할 점이 있다.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은 저절로 끝난 게 아니라, 탈(脫)원전으로 치달아온 정부가 서둘러 끝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다. 전기료 상승은 탈원전 정책의 필연적 결과라는 얘기다. 올릴 때 올리더라도 한전도, 정부도 이 사실만큼은 분명히 하는 게 정책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일 것이다.

한전의 재무상황을 봐도 이렇게 인과(因果)관계를 정리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2조309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 동기에는 5000억원 적자로 반전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방정비’ 등의 이유로 원전 10여 기를 세우면서 전력구입 단가가 오른 게 주된 원인이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비용, 신규 원전 6기의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으로도 2조2000억원이 소요될 판이어서 인상요인은 더 남아 있다. 탈원전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은 기업이든 가계든 결국 소비자에게 넘어가게 돼 있다.

2분기째 적자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아직 버틸 만하다”고 말했지만, 얼마나 더 가겠는가. 탈원전에다 미세먼지를 줄인다며 툭하면 석탄발전까지 중단하는 ‘정책 비용’을 한전의 자체 절감노력 정도로 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도 누적되는 공기업의 부실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줬던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