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등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 이른바 ‘정보통신기술(ICT) 뉴노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인 포털 등에 대해 기간통신사업자나 방송사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해외기업에 대해선 ‘역외적용 원칙’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등을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규제를 신설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을 없애겠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누구나 원하면 시장에 진입해 경쟁하는 인터넷사업자를 국가로부터 주파수 등 인·허가권을 받아야 하는 통신사업자나 방송사와 똑같이 규제하겠다는 것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불법정보 유통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포털 등의 모니터링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도 사적 검열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인터넷 서비스의 위축이 불 보듯 뻔하다.

뉴노멀법이 더욱 황당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터넷사업자가 그동안 제기해온 국내외 ICT 기업 간 역차별 문제에 규제 신설 또는 강화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국내에만 적용되는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완화하거나 철폐해서 역차별을 해소해 달라는 것이지, 규제의 신설 또는 강화를 요구한 게 아니었다. 더구나 뉴노멀법이 해외 글로벌 기업을 겨냥해 담고 있는 역외적용 원칙이나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등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칫하면 국내 기업은 새로운 규제 적용을 넘어 더 큰 역차별까지 감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만다.

‘CES 2018’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들의 첨단기술 트렌드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ICT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규제개혁 경주가 한창이다. 이런 마당에 인터넷 생태계의 혁신과 진화를 막는, 시대착오적 내용으로 가득찬 법안이 ‘뉴노멀법’으로 불려지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 법안을 추진하는 배경에 포털 등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치권과 정부의 야합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