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경제에 대한 비관적 쏠림을 경계해야
경제에서 심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지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날씨나 지역 프로스포츠팀의 성적, 집권당 지지율과 같은 변수도 거시경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좋은 경제성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거꾸로 행복과 긍정적 마인드가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시각과 정보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이 태반이다. 각종 위기론까지 넘쳐나 우리 경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예언의 자기실현성이 발휘돼 실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큰 틀에서 보아 우려되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세계적 저성장이 구조적 측면이 강한 데다 뚜렷한 회복 모멘텀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도 인구고령화와 미래 불안으로 인한 생산 및 소비 부진, 기업경쟁력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밝게 볼 구석도 도처에 있다. 무엇보다 수출환경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원자재 수출국들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세계 경기 하강세가 멈춰서는 흐름이다. 우리 수출에 1분기가량 선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2분기 저점을 지난 후 6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조치 등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국제 유가가 9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석유제품가격과 에너지비용을 높여 우리나라 수출액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이 올해는 연간으로도 3년 만에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원화 절하 가능성도 플러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등 대외부문의 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질서 있는 자본유출에 따른 원화 절하는 우리 경제에 흔치 않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최근 3년간 줄어든 제조업 매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설혹 물량 기준으로는 늘어나지 않고 매출만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 역시 기업의 투자 결정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출 감소와 같은 경제 규모의 축소와 경제 주체들의 무력감 확산은 일본 장기 불황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위에서 발견되는 한 가지 사실은 같은 현상을 두고서도 긍정적 측면은 짐짓 외면하고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자금 이탈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이나 가계부채 원리금 부담 증가 및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 등이 주로 강조돼 왔다. 유가 상승도 구매력 저하에 따른 소비 부진과 생활물가 상승압력 증가 등이 주로 경고됐다. 경제전문가들이 자기방어 혹은 부각을 위해 비관론과 위기론을 확산한 측면이 있는지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앞의 몇몇 긍정적인 측면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비관도 경계할 일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어두워 보이는 외부환경 역시 워낙 유동적이어서 예상대로 전개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는 부분적이고 산재해 있는 호재들을 최대한 활용, 여력을 확보해 신성장산업 투자와 사업구조조정 등 미래 준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내수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치적 문제들로 인해 소비심리가 상당히 악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향후 수습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개선될 수도 있다.

처리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비효율을 줄여 나가고 사회적 신뢰를 늘려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과 비관 일변도의 태도를 지양하고 제도 선진화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던져진 시대적 과제일 것이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