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기 < 연세대 교수ㆍ경영학 > 최근 모 기업이 윤리경영 투명경영 5원칙을 제정하고 앞으로는 국제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늘날 윤리경영은 여유 있는 기업들이 품위를 지키기 위한 사치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경우 투명하게 운영되는 기업이라는 평가와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남보다 비싼 값에 자금을 빌릴 수밖에 없고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도 구하기 힘들다. 이처럼 윤리경영은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불가결하다. 전세계 장수 기업들을 조사해 보니 한결같이 윤리경영을 해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미국에서는 존경받는 기업의 주가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평균 15% 이상 높다는 분석도 있다. 윤리경영을 하려면 회계를 투명하게 해야 하고,불투명한 회계로는 윤리경영은 공염불로 끝나게 된다. 이처럼 윤리경영과 투명회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오늘날 국제자본시장에서 회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으며 '회계강국(强國)'이라는 이미지는 한 나라 자본시장 선진화의 기본 요소이다. 얼마 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국가 불투명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가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씁쓸한 보도가 있었다. 불투명 지수란 '명백 정확하고 공정하며 공평한 관행이 결여된 정도'를 말하는데,외국인이 보기에 우리가 그만큼 국제 기준과 멀다는 얘기다. 이러한 불투명성을 줄이자면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가 회계강국이 되고 우리 기업들의 윤리경영을 국제자본시장에 부각시킬 수 있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국제회계기준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전세계 자본시장에 천명해야 한다. 또 경쟁력 있고 유능한 회계 전문가를 양성해 이들이 국제회계기준 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인회계사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재무보고서를 다루고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회계와 감사 기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국제 경쟁이 매우 치열한 전문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공인회계사를 많이 육성하려면 먼저 이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회계강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공인회계사의 위상은 다른 전문직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도 공인회계사의 기능을 인정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때 서비스는 곧 공짜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횡행했다. 이 잘못된 인식은 아직도 남아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제값을 지불하면서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가는 상당히 인색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인회계사들이 받는 외부감사 수임료는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부실 자산이 알려지거나 채무에 대한 부실공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해당 기업을 감사한 공인회계사들은 언론 등으로부터 "왜 이를 몰랐는가"라며 질타당해 왔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우리 회계 수준을 이만큼 올려놓은 점은 바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본보다 먼저 현금흐름표를 도입하고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공적이다. 정부는 최근 21세기 한국 경제를 이끌 산업, 이른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바이오 디지털전자 및 우주항공 분야의 40개 미래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회계 등 전문 분야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공인회계사의 국제 신인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나아가 국제자본시장에 우리 기업의 윤리경영 이미지를 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