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투자부서 담당자들은 지난달 함박웃음을 지었다. 보유 중인 야놀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 일부를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에 매각한 거래가 클로징(종결)돼서다. 일부 지분을 남겨뒀음에도 수익률은 3년 만에 다섯 배를 넘어섰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야놀자가 계획대로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면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힙한 플랫폼' 투자한 보험사들, 잭팟 터졌다
대형 보험사들이 보수적 자금 운용 관행을 벗어던지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단기 투자로 ‘잭팟’을 터뜨리는 등 새로운 투자 문화가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여가·문화·게임·구독경제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LP(유한책임 투자자)로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의 야놀자 투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야놀자는 호텔, 숙박 예약 등 여가 종합 플랫폼으로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았다. 한화생명은 2018년 300억원가량을 들여 취득한 약 5%의 지분(주식 전환 시 추정치) 중 일부를 지난해 7월과 지난달 각각 소프트뱅크 측에 일부 매각했다. 매각 차익은 약 500억원, 수익률은 500~600%에 달했다.

한화생명이 투자한 음악 스타트업 뮤직카우도 고속 성장 중이다.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로, 최근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K팝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점이 알려지면서 2030세대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말 투자 당시 회사 기업가치는 7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6월 기준 1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최고디지털책임자(CDSO)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도 이들 회사 투자 과정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였던 게임사 크래프톤에 중복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코리안리는 IMM인베스트먼트의 프로젝트펀드, 우리PE·신영증권이 공동으로 결성한 블라인드펀드에 LP로 각각 참여했다. 상장으로 회수한 금액은 약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과 시너지를 낼 만한 구독경제와 온라인 금융 플랫폼도 인기 투자 대상이다. 2019년 CVC 펀드를 만든 뒤 국내외 스타트업 13개사에 총 309억원을 베팅한 삼성생명은 상비약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케어위드에 투자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영양제를 찾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현대해상은 보험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보맵에 올초 15억원가량을 투자하고 공동 사업 및 마케팅을 구상 중이다. 젊은 층이 주로 대면 설계보다 온라인 비교·보장 분석 등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자본 적정성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채권 위주의 장기 운용을 주로 하지만, 최근 일부 자금을 MZ세대에게 주목받는 미래산업에 투자하려는 곳이 늘었다”며 “자금 운용 수익률이 높아지면 회사 건전성이 향상되고, 가입자에게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