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예년보다 일찍 배당주로 쏠리고 있다. ‘찬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말처럼 연말 배당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보통 10월부터 배당주를 사들였다. 증시를 떠받치던 유동성 잔치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하반기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앞다퉈 배당 늘리는 상장사들

증시 '찬바람' 솔솔…일찍 온 배당주의 계절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펀드에는 최근 3개월 새 약 2004억원의 신규 자금이 몰렸다.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시기인 데다 실적 피크아웃,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인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배당을 줄이거나 하지 않은 기업이 많았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엔 ‘배당주는 통신이나 유틸리티 업종’이라는 고정관념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기말 배당뿐 아니라 분기 배당까지 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중간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총 64개로 전년(48개) 대비 33.3%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는 배당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총 7000억원의 중간 배당을 확정했다. 하나금융을 제외하고 중간 배당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투자총괄본부장은 “올 들어선 철강·화학 등 소재업을 비롯해 금융업, 자동차 등 전 업종에 걸쳐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증시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기업 사이에서 배당을 늘리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요 상장사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아지면서 배당 관련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배당액은 전년 대비 26.7%, 순이익은 110.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현금흐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7.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증권시장의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 현금배당액 컨센서스도 눈에 띄게 상향되고 있다. 지난 3월 253조8000억원 수준이던 올해 현금흐름 컨센서스는 지난달 말 기준 302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청담러닝·JB금융지주 배당수익률 높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부터 올해(예상치)까지 배당수익률이 3% 이상이면서 2분기보다 주식배당금이 상향 조정됐고, 배당성향이 벤치마크(19.8%)보다 높은 기업들을 추렸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청담러닝이다.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중간 배당(1000원)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 증가하면서 배당을 크게 늘렸다. 김재윤 KT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산 배당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증가한 실적을 임직원 상여금과 주주 배당금으로 연결하겠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철학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금융주의 올해 배당수익률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보험주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곳 중 하나는 동양생명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7월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한 자금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자본을 추가로 확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일회성 이익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코리안리 등도 보험업종 내에서도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금융주 중에선 JB금융지주가 꼽히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실제 배당금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던 유일한 은행”이라며 “보수적으로 배당성향(21.5~22%)을 가정해도 배당금은 500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