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10 대 90' 사회에서 '10'이란
지난해 8월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대 중 81%, 30대 가운데 94%가 “본인의 노력으로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청년들의 절망과 좌절은 ‘N포세대’와 ‘헬조선론’ ‘수저계급론’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청년의 ‘시대정신’이 돼버렸다.

사회 양극화와 미래 세대의 절망을 외면한 정치는 존재 의의가 없다. 이런 문제를 눈앞에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혹자는 재벌개혁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불평등 구조와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 없이는 원래의 선한 의도와 달리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발표한 2010년 기준 ‘상위계층 소득집중도 분석’에 주목해본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극화 문제 해결의 핵심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하는 불평등 구조의 개선’이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 정규직노조 부문’과 ‘중소기업 비정규직비노조 부문’ 간 소득격차를 줄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청년고용을 강제하면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상위 부문 유연화와 하위부문의 복지 안전망 강화가 정석이다. 국경과 산업 간 장벽을 무력화시키는 세계화와 노동절약적인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는 자본주의 현실을 외면한 대안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노동 수요가 급변하는 현실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고용이 줄어들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약화로 고용 기반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그 1차적 피해는 청년과 같은 하위 부문 근로자에게 집중될 것이다.

고통스러운 해법이라고 해서 외면하기만 할 것인가. 상위부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일자리창출 산업으로서 서비스산업의 진입장벽을 과감히 혁파하는 게 우리 미래 세대의 절망을 치유하는 정도(正道)다.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