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상청의 '이상한 고백'
“2013년에 발표한 기상산업 매출은 부풀려진 것입니다. 날씨보험업 등 파생산업시장까지 모두 포함해서 숫자를 부풀렸습니다.” 지난 11일 만난 기상청 핵심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한 얘기다. 무슨 얘기일까.

기상청은 2013년 1월, “기상산업시장 규모가 전년 기준으로 3216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 숫자가 터무니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민간 기상산업시장 확대에 주력한 당시 지도부가 숫자를 부풀리기 위해 파생산업시장까지 모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2012년 기준으로 실제 기상산업시장은 3000억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기상청 산하 기상산업진흥원의 얘기는 달랐다. 기상산업진흥원 측은 2014년 기준으로 기상산업시장 규모가 3693억원이라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2012년 3216억원에서 연평균 7.2%씩 성장했다는 것이다. 국내 기상산업시장 규모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 성장률은 합리적인 숫자라는 것이 기상산업진흥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2012년 시장산업 규모로 발표한 3216억원이 터무니없다는 기상청 관계자들 주장은 뭘까.

통계를 작성한 기상산업진흥원 산업전략실 측은 “이번에 발표한 기상산업시장 규모는 2012년과 비교해 통계청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는 점만 다를 뿐 통계 산정 기준 등의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관계자들이 부풀렸다는 근거로 주장한 날씨보험업 등 파생산업시장도 이번 통계에 포함됐다. 날씨 관련 파생산업도 기상산업시장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통계청이 인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상산업시장에 대한 기상청 핵심 관계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통계라면 바로잡는 게 맞다. 하지만 전직 청장이 추진한 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당시 통계를 발표한 주체는 기상청이었다. 학연과 인맥으로 얽혀 청장이 교체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상청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