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오히려 해당 산업의 성장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나왔다. 경제단체가 낸 것이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라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이 낸 보고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두부시장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포장두부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 매출은 증가세가 둔화했거나 감소세로 전환했고 중소기업 매출은 별 변화가 없었다. 풀무원, CJ, 대상, 아워홈 등 대기업의 포장두부 총매출은 2005년 1338억원에서 2012년 3272억원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급락해 2013년엔 3038억원으로 줄었다. 대·중소기업을 합한 총매출은 2012년 3819억원에서 2013년 368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성장세를 구가하던 업종을 엉뚱한 행정규제가 멈춰 세운 것이다.

기업만 손해 본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 수매를 줄이면서 콩 생산 농가는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대기업의 국산콩 제품 판매 비중은 2011년 72%에서 2014년 64%로 낮아졌다. 소비자 효용도 2011년과 비교할 때 지난해 약 287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가 손해를 보게 한 기가 막힌 규제인 셈이다. 올 2월 재지정 심사에선 수입콩 포장두부는 재지정됐고 국산콩 포장두부는 해제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적시한 규제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결국 산업을 망치고 국제적 망신까지 부르고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도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제 이런 규제를 없앨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