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CNK 주주의 도넘는 맹신
“존경하는 오 회장님,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그날이 올 것입니다.” “인터폴 체포 요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합시다.”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주들이 모인다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곳에는 CNK가 카메룬에서 개발한다는 다이아몬드 매장량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의 글이 가득하다. 본지 3월9일자에 검찰이 매장된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흙값’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기사가 나갔을 때는 “검찰이 왜 이렇게 CNK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믿음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검찰의 판단” 등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CNK가 주장하는 매장량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본지가 지난해 6월 검찰이 CNK 주가조작 의혹을 내사 중이라고 보도했을 때도 “근거없는 보도 하지 말라”며 항의전화를 퍼부었다. 당시 보도대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가 현재 수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고, 검찰도 내사 사실을 인정했다.

CNK 투자자들의 행동 양상은 과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지지자들과 비슷하다.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서 황 전 교수의 논문을 철회하고 법원에서 논문 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는데도 ‘황우석 죽이기 음모’로만 몰고갔다. “다이아몬드 개발을 성공시킨 뒤 귀국하겠다”는 오덕균 CNK 대표의 모습도 논문 조작 의혹을 받자 “줄기세포를 만들어서 증명하겠다”던 황 전 교수를 연상시킨다. 황 전 교수는 적어도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시킨 뒤 줄기세포 전 단계로 분화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반면 오덕균 CNK 회장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이 없다. 검찰 수사에 응했던 황 전 교수와는 달리 카메룬에 머물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주주들은 “CNK를 믿고 요즘도 주식을 사고 있다”는 글도 올리고 있다. 남들로 하여금 주식을 팔지 말고 오히려 사게끔 부추기면서 자신은 팔아치우는 주주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은 CNK 주가가 지난달 8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치다 급상승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이는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원에서 유죄로 선고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추정과 맹신은 다르다. 맹신을 조장하는 배후에 ‘폭탄 돌리기’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