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발' 경상용차, 구입·유지비 부담 갈수록 커지고…
국내에 경상용차가 등장한 때는 1991년이다. 대우자동차가 일본 스즈키 에브리와 캐리를 기반으로 만든 다마스와 라보를 출시하며 당시로선 패밀리 미니밴과 경트럭을 표방했다. 서민들의 차로 각광을 받자 이듬해 아시아자동차가 경쟁 차종으로 일본 다이하쓰 하이젯을 들여와 타우너를 만들었다. 타우너는 이례적으로 당시 톱스타였던 고(故) 최진실 씨가 광고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10년 동안 경쟁을 펼치던 다마스와 타우너의 경쟁은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자동차로 흡수되고, 다시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로 넘어가고도 몇 년 지난 2002년 타우너가 단종되면서 끝을 맺었다. 당시 기아차는 강화된 배출가스를 맞추는 데 따른 원가 인상에 부담을 느껴 타우너 역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경상용차는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가 시장을 독점하며 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길거리 노점용으로, 때로는 택배용으로 지금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의 발로 애용되고 있다.

경상용차가 지금처럼 인기가 높아진 데는 웃지 못할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정부는 2000년 경승용차 수요가 늘자 세수가 줄어든다며 세제 혜택을 철회했다. 그 뒤로 경차시장은 급속히 위축됐고, 여론에 못 이긴 정부는 결국 2004년 다시 세제 혜택을 부활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부활 때 800㏄ 경상용차는 혜택에서 배제됐다. 입법 과정에서 ‘경상용차’ 단어가 미처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 이유다.

2003년 입법을 추진했던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경차 혜택을 주기 위해 지방세법을 손질했다.

하지만 이때 ‘경형승용차’만 넣고 ‘경형상용차’는 빼먹었다. 결과적으로 900만원이 넘는 800㏄ 경승용차는 지방세가 면제된 반면 600만원의 경상용차는 취득·등록세를 모두 내야 했던 셈이다. 입법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지방세수 부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자 국회가 일단 경승용차부터 면제받자는 심정에서 ‘경형상용차’ 문구에 신경쓰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06년 경승용차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어김없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경승용차에 집중된 혜택을 경상용차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와 정부는 합의를 통해 2008년부터 경상용차 취득·등록세를 모두 면제했다. 덕분에 경상용차 구입 부담이 줄면서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2007년 3618대에 불과했던 다마스와 라보는 2008년 무려 1만3890대로 늘었고, 매년 1만대가량이 시중에 신차로 공급되며 경상용차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서민의 진정한 경차지만 최근 이용자의 부담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계속되는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및 편의품목 보강 등으로 신차 가격이 오르는 데다 LPG 가격마저 노점의 떡볶이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지금처럼 경상용차 구입 및 유지비가 많아지면 서민들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 1인분은 고사하고, 주문할 때 ‘반인분(半人分)’을 외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가장 값싼 경상용차가 없다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지금보다 고달플 수 있다. 그나마 여전히 생산되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처지가 아닐 수 없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