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9일 우리금융지주 매각작업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실패다. 예고된 실패였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잠재적 인수후보들이 규정상 인수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경영권을 사모펀드(PEF)에 넘긴다는 구상은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론스타가 국내에서 벌인 외환은행 '먹튀' 논란으로 인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깊게 배어 있는 터라 더욱 그랬다.

정치 논리도 매각 작업을 꼬이게 만들었다. 정치권은 금융지주회사도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금융을 국민주 방식으로 나눠 팔자는 제안을 내놨다.

국민의 세금으로 정상화된 기업 주식을 국민에게 싸게 배정하자는 명분을 달았지만,경제 논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개입하는 순간 이미 우리금융 매각 작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든 사모펀드들은 나름대로 명분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보고펀드는 한국금융지주와 교보생명을 비롯해 지방은행 등으로 전략적 투자자(SI) 풀을 구성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들과 함께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경남은행 등 우리금융 계열사를 나눠가진다는 복안이었다.

MBK파트너스와 티스톤 등 다른 사모펀드도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지방은행을 떼어내 매각한다는 전략을 짰다. 정부의 '일괄인수' 조건을 충족하되 '인수 후 분리'한다는 것이 이들의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이유야 어쨌든,이명박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던 우리금융 매각은 실패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가 정말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작년에 한 번 실패하고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금융산업 발전,조기 민영화 등 한꺼번에 충족하기 어려운 원칙들을 고수한 채 매각 작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금융을 정말 민영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보다 시장의 흐름과 요구를 정확히 읽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