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어제 2020년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설정을 비롯 건축물 · 도시 · 교통의 녹색화, 에너지목표관리제 및 청정에너지 확대, 녹색일자리 고용지원 및 인력양성 등의 방안들을 내놨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설정과 관련해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8월 공개했던 세 가지 안(案)가운데 목표치가 높은 제2안(배출전망치 대비 27% 감축)과 제3안(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을 제시했다. 정부는 오는 11월17일 국무회의에서 감축목표를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산업계는 적지않은 부담을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목표는 이상적으로 설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일단 제시하고 나면 이는 사실상 국제사회에 약속을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 지난 8월에는 국민들이 1안(배출전망치 대비 21% 감축) 또는 2안을 선호했지만 10월 조사에서는 3안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이 왔다갔다 하는 판에 여론조사로 그 정당성을 구하려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최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높이는 추세라고 하지만 국내적으로 적지않은 논란에 직면한 경우도 있고, 중국 인도 등은 아직 구체적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오는 12월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국가간 구체적인 감축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느 국가보다 앞장서 힘겨운 목표를 선택하고 나서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상적인 목표제시에 급급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동향을 면밀(綿密)히 실피면서 냉정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