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최근 정부가'2010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교육의원 선출제도'를 입법 추진 중이어서 그 진의에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해 내년 지방선거에서'교육의원'(교육위원이 아님)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광역시 · 도의회의 교육위원회와 광역 교육청에 존치된 교육위원을 일원화하고, 교육의원은 광역 의회의 교육위원회에 소속되며 이 위원회의 과반수를 구성하도록 한다. 교육의원의 자격은 과거 2년 동안 정당원이 아니며,교육 또는 교육행정경력이 10년 이상인 자이다.

이렇게 정부가 개정 발의하는 교육의원의 명분은 주민자치의 원칙인 교육민주화와 교육전문화로 요약된다. 첫째 명분인 민주화부터 살펴보자.물론 주민참여를 어느정도 보장하고 분권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민주화는 관 주도의 전횡을 막고 교육 재정과 운영이 투명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의원 선출의 명분이 되지는 못한다.

먼저 교육민주화를 위해 직선제로 선출한다고 하지만,오히려 이는 선출직 교육의원을 권력화시킨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어린 아이들도 대통령의 별명을 함부로 부를 정도로 '과잉 민주화'돼 있는 상황에서 정치 권력기관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교육의원을 뽑으면 대중영합주의에 빠진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만 하더라도 폐해가 명분이나 득을 앞지르는 형국이다. 선거에 의한 민주화가 능사는 아니다. 로마의 공화정을 본받은 미국의 삼권분립이 군주정(대통령),민주정(의회),전문가로 구성된 과두정(사법부)을 혼합한 제도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력이 이럴진대,전문직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교육의원이 선출직 '권력'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계가 스스로를 전문직이라고 하는 주장과 모순이 된다. 교육민주화를 한다고 하면,교장도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용해야 한다. 같은 논리로 민주화를 내세워 의사와 법관 같은 전문직을 모두 선출해야 한다.

더욱이 당국이 내놓은 개정안의 정당 추천 금지조항도 문제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이라고 하나,정당 추천을 배제한 현행 교육감 선거에서 이것이 잘 지켜졌다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특정 정당관련 여부를 몰라서 유권자에게 혼란만 야기한다. 선출직은 정당의 추천이나 지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또한 법리상 권력구조 문제도 있다. 정부 안에 따르면,교육의원은 77개 선거구에서 1명씩 선출된다고 한다. 현행 국회의원 4명에 상당하는 대표성을 갖는다. 이는 교육의원이 지방의회 소속이라고 하나 마치 우리 헌법에도 없는 상원(上院)에 해당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헌법상 규정한 권력구조 차원에서 숙고해야 할 심각한 문제이다.

이번 개정안은 인간 이성이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좌파 구성주의 발상에 닿아 있으며,'민주화'와'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기존 질서와 제도를 부정하려는 시도이다. 지난 정권에서 시도했던 공직부패수사처 신설은 기존 검찰의 헌법적 권한을 무력화한다는 우려를 초래한 바 있다.

진보세력의 거창한 설립의도와 설립 이후의 실제 운영상황이 늘 다르다고 한 밀턴 프리드먼과 인간의 구조적 무지와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하이에크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의원 설치가 교육민주화도 교육전문성도 강화하지 못하는 조치라면 당국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허울 좋은 명분이 아닌 진의를 명백하게 밝혀야 할 사안이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ㆍ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