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 과격시위 현장에서는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일상적인 법집행 과정에서조차 공권력(公權力)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사태는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정부들은 하나같이 법질서 확립을 핵심 국정지표로 내걸고 이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마저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하는 게 다반사였으며 화염병과 쇠파이프,돌 등이 난무하는 폭력시위로 사업장이나 거리가 무법천지로 되는 일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공권력에 대드는 불법폭력 행위를 엄단하지 못하고 물렁하게 대응해온 데 근본 원인이 있음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얼마전 미국 워싱턴에서 시위 중 폴리스라인을 넘은 연방 하원의원 5명이 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져 연행된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공권력이 얼마나 느슨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런 폭력에 대한 법적인 처벌도 오히려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 더 문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공무방해죄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2007년 5394명에서 지난해 6671명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영장 기각률은 3년 만에 3배나 늘어나는 등 처벌은 오히려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일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보도 내용에 따르면 경호용역업체 직원은 친구의 폭주 차량을 검문한 단속 경찰관의 얼굴을 때려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됐지만 경찰관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119 대원들 또한 자주 폭행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권력 경시풍조가 만연할 정도로 법의식이 마비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는 결코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없다. 엄격한 법집행과 함께 기초질서부터 잘 지키려는 준법의식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준 시위자들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철저히 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