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과천 정부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정책 현안(懸案)을 논의했다. 청와대를 벗어나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위의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 보고에 이어 수출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광범하게 이뤄졌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은 신규자금 투입과 함께 워크아웃 조기졸업 추진,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수출보증보험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에 필요한 자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공급된 자금도 금융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정부를 비롯 한국은행 등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재정투입 및 유동성공급 계획을 모두 합칠 경우 390조원을 상회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 ·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갖가지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형편이다.

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 분석으로는 긴급 투입하기로 한 자금의 3분의 2가 아직도 집행되지 않고 있고,그나마 시중에 공급된 자금도 안전자산과 대기업 등 우량 기업에만 몰린 까닭에 실제로 긴급자금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 등은 상대적인 빈곤감만 더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단기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20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 등 자금시장이 단기 부동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이 아니라하더라도 올해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길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금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회복시키기 어려운 것은 물론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등을 재점검해 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한 추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보다 적극적인 유동성(流動性) 공급과 함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보다 과감한 기업금융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