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증상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가 크론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의학전문저널 랜싯(Lancet)지 최근호에 따르면 영국 런던대 앤소니 시걸 교수팀은 크론병이 체내의 약한 면역반응에 의해 발생하고, 비아그라가 이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에 궤양을 유발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심한 복통과 장출혈, 혈변이 계속되다 증세가 완화되는 과정이 반복되지만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다. 이 질환은 특히 선진국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주로 15~25세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50대 말에 진단되는 환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금까지 크론병이 인체 조직의 자가 면역계 공격에 의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생각됐지만 이번 연구결과 크론병의 염증이 체내의 약한 면역 반응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크론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염증이나 피부 표면의 찰과상이 발생했을 때 만들어지는 `호중성백혈구'의 양을 살펴봤다. 이 결과 크론병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호중성백혈구와 염증 매개물질의 생성량이 훨씬 적었으며 배양된 혈구들도 비정상적이었다. 연구팀은 또 세균에 대한 염증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에게 무해한 대장균을 주사한 뒤 국소 염증 및 혈류변화를 측정했다. 이 같은 실험을 한 것은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염증 부위로 유입되는 혈액의 양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실험결과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는 24시간 이내에 혈류량이 10배 정도까지 증가하는 변화를 보인데 반해 크론병 환자는 혈류량 유입이 극히 저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혈류량 유입을 증가시킬 경우 크론병의 `혈류량 저하 현상'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발기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비아그라를 일부 환자들에게 투약, 크론병에 동반되는 혈류량 저하 현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시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크론병 환자의 선천적인 면역력 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크론병 환자의 체질적인 면역력 약화에 따른 장(腸) 내용물의 과다축적이 장벽을 뚫어 육아종이나 만성 염증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