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여전사(女戰士)'는 공교롭게도 그리스와 남미에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 여전사는 지금의 카스피해 연안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여성부족이었는데,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목졸라 죽이거나 외국으로 추방했고 여자아이는 전사로 키웠다. 여전사들은 남자 이상으로 강인해 방패와 창을 들고 싸웠고 활쏘기에 능했다고 한다. 특히 활을 쏠 때는 오른쪽 유방이 거추장스러워 불로 지지거나 도려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아마존'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아마존은 곧 그리스어의 아마조스(유방이 없는)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여전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돼 아마존 여전사는 전설이 아닌 실화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남미 아마존강 유역의 기록에도 여전사들이 등장한다. 16세기 스페인의 정복자 오렐리아나는 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원주민의 습격을 받았는데 이들이 여성무사들이었다는 것이다. 모계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역사에도 전투장의 용감한 여성들 얘기가 나온다. 임진왜란 중에 벌어진 행주대첩에서 여성들이 치마로 돌을 날라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일종의 여군인 셈이다. 우리 여군이 올해로 창설 55주년을 맞았다. 6·25전쟁 중인 1950년 9월6일 피란지 부산에서 창설된 '여자의용군 교육대'가 뿌리다. 이 기간 동안 양적·질적인 성장이 두드러져 이제는 한국여군의 지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전방 소총부대 소대장,전투기 조종사,전투함 승선,해병대 조교,공수요원 등 모든 병과와 보직에서 '금녀의 벽'은 이미 무너졌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보다도 훨씬 전향적이다. 이제는 병역의무에 여성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여고생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정도다. 앞으로 우리 여군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힘이 아닌 설득으로 지휘체계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숫자가 늘어날 것이고 그 역할역시 증대되면서 여군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