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 관련기관에 대한 구조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거래소 코스닥 선물거래소 등 3개 기관을 완전통합하거나 지주회사로 묶는 방안,현행의 분리체제로 가되 전산부문만 통합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가 연말까지 구체적인 시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증권거래기관의 중복기능을 제거하고 시장을 대형화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개편이라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고 소망스런 결과가 도출될지 의문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KOSPI 200 선물·옵션 상품을 둘러싸고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사이에 팽팽한 대립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정치적 논리까지 개입돼 있어 풀기가 쉽지않은 상황이 돼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선물 통합 문제는 학자들 간에 의견이 맞서 있어 더욱 어려운 과제다. 그런 만큼 구조개편은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선물·옵션 운영권을 둘러싼 혼란에는 정치적 상황논리에 따라 왔다갔다 한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걱정스런 것은 양기관의 갈등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증권관련기관의 구조개편 논의가 이뤄져선 구조개편의 본뜻을 살리지 못하고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3개 거래기관과 증권전산을 통합하는 지주회사 설립 방안을 보면 그런 우려를 갖게 한다. 지주회사를 만들면 시장운영권을 둘러싼 이권다툼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시장발전과 시너지효과 창출 등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새로운 조직과 자리만 늘려놓는 부정적인 효과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구조개편이 꼭 필요하다면 3개 거래기관과 증권전산을 완전 통합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중복된 업무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면 그것만으로도 효과가 있고,시장의 대형화로 국제적 지명도와 신인도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행의 분리체제로 그대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의 분쟁은 구조개편과는 상관없이 양기관의 논의를 통해 원만하게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장구조개편은 시장발전이나 증권투자자의 편익을 앞세워야지 기관이기주의에 입각한 미봉책이 돼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