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얼마전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 역사상 불황이나 다른 어떤 도전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법안이 제안됐다. "소비자 광대역과 디지털TV 촉진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지를 받고있다. "디즈니 법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법안은 판권이 있는 콘텐츠를 디지털 기술의 침해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갖고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의 전자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정한 보안표준을 수용하지 않는 디지털 미디어 장치를 판매할 수 없게된다. 첨단기술은 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존 질서에 도전을 해왔다. 일례로 음악과 영상산업은 녹음기와 VTR 최근에는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의 등장에 저항해왔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궁극적으로 기술의 진보를 수용함으로써 이런 위협을 높은 수익성이 있는 신사업으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왔다. 오늘날의 기술은 음악과 비디오의 디지털화를 통해 커다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더욱 유연하고 다양하며 양질이다. 디지털 장치의 증가는 인류로 하여금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순서대로 음악과 영화를 감사할 수 있게해줬다. 이렇게 이로움을 주는 기술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는가. 문제는 디지털 콘텐츠가 품질의 손상 없이 복제 가능해 수억대의 가정용 PC에 깔릴 수 있다는데있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판권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그들의 보석(콘텐츠)이 저장된 성 주위에 호를 파왔다. 디지털 기술이 확산될수록 더욱 엄격한 콘텐츠 보호기술과 더 깊고 넓게 호를 팔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요구도 커져왔다. 그럼에도 여러 문제들이 도출됐다. 우선 복제될 수 없도록 하는 디지털 콘텐츠 보호기술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냐 하는 것이다. 첨단기술 업계와 콘텐츠 업계가 6년간의 공동노력을 통해 특별한 방패를 만들었지만 전반적인 방어 시스템은 아니다. 예를들어 DVD에 담긴 영화의 복제방지 기술이 개발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간 음악과 비디오는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이미 마굿간을 뛰쳐나온 말에 대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확산속도를 두려워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일각에서는 컴퓨터 업계에 모든 디지털 메시지의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판권이 있는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찾아내 차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법률적인 문제도 적지않다. 우체국이 밀수품인지를 확인하기위해 모든 우편물을 뜯어보도록 하자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두번째 문제는 효과적인 보호시스템을 고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누가 그것을 수행할수 있느냐있다. 첨단기술 업계가 신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도전들로부터 다른 산업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을까. 인쇄기 제조업체들이 수도사들을 보호해야하나. PC업계가 중대형컴퓨터 업계를 보호해야하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콘텐츠의 보호가 누구에 의해서든지 반드시 이뤄져야하느냐이다.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불법 콘텐츠보다 합법 컨텐츠를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성 주위의 호를 넓히는데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성과 외부를 잇는 합법적인 경로인 다리를 넓히자는 얘기다. 역사는 이같은 대안이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게 한 VTR테이프의 매출은 박스오피스 매출을 이미 능가했다. 과도한 규제로 디지털 미디어를 숨막히게 하는 것은 디지털 콘텐츠를 공짜라고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유도할 뿐이다. 소비자 광대역과 디지털 TV 촉진법안이 시행되면 그들은 결코 지갑을 다시 열지 않을 것이다. 정리=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글은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Bad Legislation Could Sabotage the Digital Ag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