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민의 나라인데도 이민에는 무척 인색하다. 그래서인지 영주권을 얻기가 정말 어렵다. '반(反)이민법'이 미국이민을 통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법은 물론 불법이민자를 대상으로 적용되지만,특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그들은 종종 속죄양으로 이용당하기도 한다. 불법이민자는 으레 '범죄자'로 치부되고 심지어는 경제를 좀먹는 기생충,미국인의 복지에 위협을 주는 인간들로 취급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들에게 씌워진 '불법'이라는 것은 말이 불법이지 이민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경제가 잘 돌아 노동력이 필요하다 싶으면 멕시코나 캐나다 국경 수비를 의도적으로 헐겁게 해 인근 국가의 인력을 흡수하는 것이다. 최근 반이민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9·11테러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의 미국내 거주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입국비자 취득을 무척 까다롭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미국 이민귀화국(INS)에 따르면 관광비자입국자의 미국 내 체류기간을 6개월에서 30일로 단축하고,관광비자를 학생비자로 전환하는 것을 금한다는 것이다. 학생비자 없는 유학은 봉쇄되는 셈이다. 과거에는 반이민법이 불법 체류자의 추방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제는 비자 발급요건까지도 까다롭게 하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합법적인 이민을 중단하는 법안도 의회에 상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93년 뉴욕 무역센터 폭파사건이 있었을 때도 반이민법은 대폭 손질됐었다. 미국의 반이민법 역사는 깊다. 1882년에는 중국인의 미국 이민을 50년간 금지한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제정했고,1952년엔 매카렌-월터법안을 만들어 이민을 아주 어렵게 하기도 했다. INS직원들에게는 언제든지 수색과 체포,심문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부여했다. 불법이민자들에게 이들이 저승사자로 불린 것은 이때부터다. 미국 내 한국 교민 1백10만명중 30만명 정도가 불법이민자라는 얘기이고 보면 미국의 반이민법은 이래저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