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벤처게이트'가 온나라를 뒤흔든데 이어 이번에는 구조조정기금(CRF)과 관련된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금융 구조조정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커진데다 구조조정의 성패가 당장 우리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이번 비리수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동안 투입했던 1백5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전체 구조조정 시장과 어떤 형식으로든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도울 목적으로 지난 98년 10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25개 금융기관들이 1조6천억원을 출자해 만든 민간기금인 CRF는 현재 한강 아리랑 무궁화 서울 등 4개가 있는데,이들에 대한 수사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봐야 옳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도 '이용호 게이트'로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CRC나 CRF외에 현재 비슷한 목적으로 활동중인 구조조정투자회사(CRV) 사모M&A펀드 구조조정(CR)리츠 등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사가 관련업계 전체로 확산돼 자칫 구조조정 자체가 지장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괜한 걱정만은 아닌 셈이다. CRF의 실제 운용을 맡은 투자자문사의 직원이 기금지원을 도와준 대가로 대상기업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아 챙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CRF와 기업간의 유착을 막기 위해 지원대상을 기술력 있고 가동률이 50% 이상인 제조업체,수출비중이 큰 기업,거래기업이나 금융기관 퇴출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기금운용 또한 외국계 전문운용사에 맡기는 등 나름대로 상당히 신경을 썼는데도 이같은 비리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기금운용 감시를 책임진 출자금융기관으로 이뤄진 이사회가 형식적인 점검에 그친데다 금융감독기관 역시 사후감독을 제대로 못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같은 위험을 예견하고 업무영역이 지나치게 세분화 되고 중복돼 있는데다 주무부처마저 제각각인 이들 구조조정 전문기업들을 하루빨리 정비하고 감독체계를 금융감독기구로 일원화해 철저한 사후감독을 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촉구한 바 있다. 관계당국은 지금이라도 기업 구조조정 시장 자체의 구조조정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를 뿌리뽑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