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거주하는 한국기업의 주재원 A씨는 최근 중국에 장기간 출장을 다녀왔다.출장이라지만 비즈니스차 간 것은 아니었다.중국을 직접 보고 공부하라는 서울 본사의 지시 때문이었다.A씨가 일본서 일한지는 햇수로 8년이다. 일본의 산업현장도 수없이 다녀 봤고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도 여러차례 지켜 봤다. "오싹하리만치 무섭다. 일본기업을 제법 많이 들여다 본 편이지만 일본보다 더 두렵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일본적 시각으로 중국을 관찰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기업 입장보다는 일본의 눈으로 냉정하게 중국을 평가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3년만에 다시 본 중국 근로자들은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습니다. 왕성한 근로의욕과 능숙한 일 솜씨는 한국과 일본의 장점만을 따다 옮겨 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는 달라진 중국 근로자들의 자세에서 70년대 한국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임금,양질의 노동력을 얼마든 대줄 수 있다는 공산당의 장담에서는 주식회사 중국의 맨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를 진짜 놀라게 한 것은 일본기업 관계자들의 귀띔이었다. "불량 사고를 3회 이상 낸 근로자는 당에서 바로 해고시킨답니다. 외국자본 유치에 방해가 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셈이니 일본기업들이 얼마나 사업하기 좋다고 생각하겠습니까" A씨가 현장의 일본인 입을 통해 접한 경험담은 중국이 왜 세계의 공장일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소비시장 생산기지를 넘어 '거대한 학습장'으로 이어지고 있다.언론에선 중국으로부터 배울 것을 찾아 나선 기업들의 몸부림이 단골 메뉴다.'한류(韓流) 열풍'이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다며 환호하는 서울과는 상당한 온도차마저 느껴질 정도다. 인기와 비즈니스는 별개다.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헛장사일 뿐이다. 수많은 돈과 설비를 중국에 쏟아부으면서도 중국 태풍 대비에 부산한 일본기업들의 속사정은 한국기업들의 중국 시각을 한번쯤 재점검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아닐 수 없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